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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갤러리

국립4·19민주묘지 - 포토갤러리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혼비백산
온종일 큰비가 내린 8월 초순.
저녁 7시가 돼도 비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국립4·19민주묘지 연못이 누런 흙탕물로 돌변할 정도로 우악스럽게 쏟아졌습니다.
퇴근하다 쳐다본 연못 분수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폭우를 피하는 흰뺨검둥오리 다섯 마리가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묘지 위를 날던 네댓 마리도 거센 빗줄기를 뚫고 연못으로 급강하했습니다.
지친 날개도 쉬고 비도 피할 겸 친숙한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갈 요량이었을 겁니다.
그 순간, 꽈광하는 엄청난 천둥소리가 천지에 진동했습니다.
착륙하려던 오리들이 혼비백산하며 솟구쳐 날아올랐습니다.
토막잠 자며 휴식하던 녀석들도 기겁하며 어지러이 흩어졌습니다.
8월 장마가 날짐승 쉴틈마저 헝클어 놓은, 야박한 저녁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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