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순식간에 하늘길을 뛰어넘어가는 청솔모를, 찍었습니다.

12월 2일, 대한민국 전역이 긴장한 수능시험 전날이었습니다.

경내를 순찰하다가 하늘길을 넘어가는 청솔모를 멀리서 봤습니다.

이때다 싶었습니다.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고개를 처들고 밑에서 하늘을 향해 핸드폰 카메라를 줌으로 확대해놓고 젖힌 목이 아프도록 기다렸습니다.

청설모가 되돌아와서 이 길을 건너기를 기원했고, 운 좋게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국립4·19민주묘지 민주쉼터 숲에서 기념관 앞 숲으로 공중이동하는 유일한 통로가 하늘길입니다.

좁은 해협처럼 느티나무 가지와 소나무 가지가 거의 맞닿은 곳입니다.

청설모는 도움닫기하듯 나뭇가지 위를 달려서 민주쉼터 숲으로 잽싸게 복귀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듯 넘어갔습니다. 찰나였습니다.

은밀한 이동경로가 발각됐는데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입니다.

본거지로 돌아와 '찍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은행나무 가지에 올라 할일에 열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