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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하늘나라 우체통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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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영면하신지 10년 그때 쓴 '아버님 전상서' 다시 올립니다.
아버님 영면하신지 10년, 아직도 5월이 오면 더욱더 생각나는 아버님. 그때 쓴 '아버님 전상서' 하늘나라 우체통에 다시 올립니다.  


아부지

철죽이 유난히도 짙은 빛깔을 내는 5월,
이천 호국원에 아부지 삼우제(三虞祭) 장례기도를 드린 오늘
불효자식 현찬이 눈물로나마 하늘로 가시는 아부지께 글 올립니다.
...
아버님,
6.25 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하시면서 대한민국 자유수호를 위해 일조했다고 하시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끔직히도 좋아하시고, 우상으로 보시는 아버님.

이승만 시절 세워진 충주비료공장을 문 열고 들어가서 문 닫고 나왔다고 하시며 30여년간의 엔지니어로 충주비료공장 생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아버님.

퇴직후 천주교에 귀의 하시면서 독실한 카토릭 신앙 생활을 하시며 많은 봉사와 헌신으로 종교 활동을 하신 문요셉 아버님.

나이 팔십이 가까웠어도 IT 기술을 익히기 위해 복지관을 다니시며 배웠던 PC 실력으로 성경을 몇 번이나 typing하여 스스로 완주하신 아버님.

디카와 그리고 피처폰이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님.

노인네가 뭘 들으시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mp3를 귀에 곶고 다니시던 아버님.

저와 손자들에게 좋은 말이라며 인용 댓구를 달고 email을 보내시던 아버님.
(나야 고리타분하다고 그냥 지워 버렸지만...)

아부지

어릴적 철없고 병치례 잦던 저를 가까운 시내 병원을 놔두고 유명하다던 병원을 전전하시며 어릴적 저를 보듬어 주셨고

교육에 유난히 열정을 가지시어 어릴적 충주에서 서울로 전학을 보내며
소위 요즘의 기러기 아빠라는 40여년 전 국내 기러기 생활을 하시며
당신의 고생은 눈꼽만큼도 생각안으시고 모든 것을 희생한 아부지.

다들 그렇다고 하지만, 유난히도 유별나게 두명의 자식에게 왜 그리 당신 희생만을 하시었는지.

아부지,
어저께 입관에서 가시는 마지막 아부지 모습을 보고 철들고 처음 소리내어 울었읍니다. 운구 차량 뒤편 보고 싶어 할 손자 준호 손을 잡고 소리내어 울었읍니다.

한줌의 재로 되어가는 화장 앞에서 천하에 불효 막심한 자식 현찬이
눈물로나마 아부지께 마지막 인사 고합니다.

어찌 손주 덕영이 준호가 장성하여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이리 가시는지
조금만 더 계시어 준호가 대학에 갈 때 까지라도 저의 마음을 받아 가셨으면 이리도 가슴 메이지는 안았을 텐데.

며칠 전 어버이날 바쁘다는 핑계로 돈 몇 푼 보내주며 찾아보지도 못한 자식.

한달전 생신날 몸 불편해 어눌히 말씀하시는 당신앞에 구박만 주었던 천하에 불초자식.

2년전 암 선고를 받으시고는 자식들 짐이 될 것 같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시고 집과 통원치료로만 투병하시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잘 알리지도 않으시어 당신의 고통을 조그만치도 헤아리지도 못한 이 못난 자식이 천하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고통으로 가시는 마지막 길을 눈치도 못채고, 마지막 마음 헤아리지도 못한
이런 천하에 몹쓸 자식이 또 어디에 있나이까.

아부지,
유언되로 국립이천호국원에 보내드립니다. 덕영 애미와도 얘기했지만 주위에 같은 6.25 동지들끼리 일테니, 부디 그들과 함께 고히 잠드소서.

천하에 불효 막심한 자식 현찬. 눈물로 나마 함께 이글 올리오니 가시는 길, 자식에 대한 모든 불효 부디 용서해 주시고 편히 가옵서소.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는 천주교에 입문도 안한 불효자식이나 우리 아부지 마지막을,
당신이 원하시는 천주교 예로 보내드렸기에 주 예수 그리스도께 기도드리오니 부디 우리 아부지를 하늘나라에서 편히 영면케 해 주시오서소. 두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아부지. 아부지...

2013. 5. 14. 삼우제날


孤子 顯燦 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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