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편지

  • 사이버참배
  • 하늘편지
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 벌써 6개월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주는 서울 언니를 제외한 5남매와 사위, 며느리 모두 찾아뵜는데 반가우셨죠?
그냥 이번 주 호국원 갈래?  했더니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엄마 없는 집에서 오랫만에 동생들과 한 잔 하면서 
엄마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술이 과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부은채 울었던 흔적만 남아 있고 
동생들의 가슴속 이야기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엄마를 갑자기 떠나 보낸 슬픔은 모두 같을텐데 
다들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언제 가장 많이 생각나는지,
뭐가 후회스러운지.... 
장례를 치른 후 49재까지 매주 모두 함께 호국원을 찾아 참배하고 
식사도 하곤 했지만 속 깊은 이야기는 서로 잘 꺼내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지난 일요일은 다음날 눈이 붓도록 울고 불며 실컷 이야기 해 놓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으니 속상하기도 하고 저 자신이 걱정(치매?)도 됩니다
엄마가 제발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하셨는데
응급실에서 엄마 손 잡고 술 많이 안마실테니 걱정 마시라고 약속했었는데....
전날 무슨 말을 했는지,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저도 황당하네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사실 엄마가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시다 보니 
응급실에서도,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인지
눈물이 가슴에 고인채로 나오지 않았어요. 
이렇게 엄마 생각하면서 하늘편지 쓰다가 울고, 
길을 가다가 문득 엄마 생각에,
엄마가 좋아하셨던 노래를 듣거나 TV프로를 보거나 음식을 볼때면, 
우리들에게 잘 만들어 주셨던 음식만 봐도 ....
시도때도 없이 눈물짓기는 해도 
소리내어 펑펑 울어보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 두고 지내왔어요

엄마!
다음 주면 엄마 떠나신지 벌써 6개월이 됩니다.
어떤 때는 엄마가 옆에 계신 것 같고, 금방이라도 전화 하실 것 같아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된 것 같다가
또 어떤 때는 한참 오래 된 것 같다가......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 새벽, 
갑자기 쓰러져 한마디 말씀도 없이 떠나셨기에
힘든 6개월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이별을 예감할 수 있었더라면, 
엄마와 작별의 눈인사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남은 6개월, 이후의 많은 시간들도 잘 버티고, 이겨내고, 견디어 보겠습니다.

아버지, 엄마!
제가 재미있고 행복한 이야기들 많이 전해 드려야 하는데 
맨날 징징대며 힘들어 하는 모습만 보여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께요
또 찾아 뵐때까지 편안히 계십시오

미선이 올림
파일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