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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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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의 신발
엄마!
엄청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이제 한풀 꺾이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은 조금 시원하게 주무셨는지요?
엄마는 날씨가 더우면 숨이 차다며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올 여름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이라 더욱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엄마!
오늘은 엄마 신발을 신고 출근했어요.
엄마 심부름 갔다가 오는 길에 
제가 신발이 예뻐서 샀다며 신어 보라니까 
다리 아파 걸음도 못 걷는 사람한테
신발 필요없다, 있는 신발도 못다신고 죽겠다고 하시면서도 
가볍고 맘에 든다며 날씨 따뜻해지면 어디 놀러 갈때나 신을테니 
넣어두라고 하셨던 연두빛 신발 생각나시죠?
시장갈때는 아낀다고 안 신으시고......
거의 신지 않은 새 신발이어서 유품 정리하면서 제가 가지고 와서 두고 있다가
오늘은 갑자기 엄마 신발이 신고 싶어져서 제가 신고 출근했더니 
직원이 예쁘다고 하기에 "우리 엄마 신발이야"라고 말해 줬어요.
엄마 신고 벗기 편하시라고 조금 큰 사이즈를 샀더니 저에게도 맞네요.
이렇게 엄마 신발 신고 있으니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아 편안하고 좋습니다.
엄마 계신 곳에 달려가 신겨 드리고 싶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정신없이 여럿이서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이 깃던 물건들을 남겨두지 못하고 버린 것 같아
이 신발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어쩌다 가끔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울때만 꺼내 보고, 꺼내 신어 봐야겠습니다.   
아낀다고 신지 않아 새 것 같은 샌들도 제가 가지고 왔어요.
샌들은 꺼내 놓고 쳐다만 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여름 지나면 닦아서 넣어 둘께요.

엄마!
우리는 만나면 정말 할 말도 많고, 
시간이 금방 지나버려 항상 아쉬워하곤 했었는데....
그렇게 찰떡궁합으로 오랜시간을 함께 했어도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못다한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네요.
자주 편지 올릴테니 읽어 보시고
꿈속에 오셔서 답장도 해 주세요.

아버지, 엄마
편안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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