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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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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 혼자서는
혼자서
                                    <나 태 주>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때가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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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위 시의 마지막 구절이 엄마가 저에게 들려주는 말씀으로 와 닿네요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언제나 혼자서 당당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요즘은 자꾸만 무너지네요
엄마와의 이별 외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엄마 없이 혼자서는 많이 힘드네요 

엄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엄마없이 처음으로 혼자서 추석을 맞으려니까 더욱 엄마가 그립습니다.
항상 머리 맞대고 "올해는 이것 한번 해볼까, 저걸로 할까, 이것 샀니, 주문했니? ....."
엄마는 항상 두어달 전부터 미리미리 마른 찬거리부터 시작해서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명절전에 하나 둘씩 장을 다 봐 두셨기에
저는 전날에서야 잠깐 도와 드리면서 "싱싱한 것 사다가 푹 삭혀서 먹는다"며 
힘들게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보며 제발 미리 사지 마시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엄마! 이제 제가 혼자서 해야 합니다
엄마 처럼 미리미리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엄마 안계신 집에 누가 찾아 오겠나? 다 필요없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똑같이 준비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항상 엄마 곁에서 보조만 했었기에 자신이 없다가도 
어깨 너머로 봐왔던 기억을 더듬어 맛있게 만들어 
호국원에 가지고 가고 싶기도 하고
하루종일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아픕니다.

엄마!
혼자서는 내 맘대로 뭐든지 할 수 있어 편할때도 많아요
그래서 힘들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런데 늘 엄마와 의논해 가면서 결정하고, 함께 해왔던 일들을
갑자기 혼자서 하려니까 엄마가 더욱 많이 그립고 생각나
그래서 힘들어요

이제 앞으로 쭈욱 혼자여야 하니까, 받아들여야 하니까, 
힘들어 하지 않고
혼자 피어 있는 꽃처럼
당당하고, 예쁘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엄마!
오늘은 태풍도, 폭우도 물러가고 오랫만에  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으면 기분도 한결 좋으시죠?
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다음주에 찾아뵐께요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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