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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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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 쑥이랑 머위 캐러 가시죠?
아버지, 엄마!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예쁜 꽃들을 피우며 완연한 봄날입니다. 
이제 호국원에서 두번째 맞이하는 봄이네요 
편안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작년 이맘때는 매주 달려 갔었는데 올해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찾아뵙게 되네요
엄마가 많이 기다리고 계실텐데 요즘은 편지도 자주 올리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인사이동으로 근무지가 바뀌어 많이 바쁘다 보니 그러네요 
어째되었건 자주 못가면 편지로라도 많은 이야기 해 드려야 하는데 ..... 
엄마 심심하면 안되는데.....
하늘나라는 TV도, 전화도, 음악도 없이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작년에는 매주 호국원에 가지 않으면, 
그리고 수시로 편지라도 올리지 않으면, 일도 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었는데
 1년이라는 세월 덕분인지, 
이제 잠도 잘자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하루도 잘 흘러 갑니다. 

엄마! 
지난 주는 막내가 벚꽃길 따라 혼자 호국원을 다녀왔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아버지, 엄마 좋으셨겠다"라고 생각하다가 
또 한편으로는 막내도 아직 많이 힘든가보다.... 
혼자 그 먼길을 자전거로 다녀오는 걸 보니까 많이 그리운가보다....생각되었어요 
저도 이번 주 찾아뵐께요 
토요일 외가집 농장가서 엄마가 좋아하셨던 쑥, 머위, 두릅, 가죽나물 등등 
봄나물 캐서 맛있게 무쳐 일요일 오전에 막걸리와 같이 가지고 가겠습니다 
엄마도 토요일 오후에 대평 농장에 오셔서 다리 아프니까 의자에 앉아 지켜봐 주세요. 나물 캐는 것 좋아 하셨잖아요 

아버지, 엄마! 
올해 봄나물의 향기가 어떤지 안주해서 시원하게 한 잔 하시죠? 
엄마! 우리는 왜 그렇게 봄나물에 욕심이 많았을까요? 
힘들어 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많이 캘려고 잠시도 쉬지 않고 가득 캐와서 
저녁 늦도록 다듬고, 데치고, 무치고, 또 그릇그릇 나눠서 
다음날은 자식들집 배달하고......힘든 노동을 매년 반복해 왔었지요 
이제는 아득한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남았습니다 
힘들어도 매년 엄마와 함께 했던 봄나물 작업이 그립고, 
엄마의 손맛이 듬뿍 들어간 나물이 먹고 싶습니다 

제가 토요일 나물을 캐면, 아니 못캐면 시장에서 사서라도 
흉내내어 무쳐 가겠습니다. 일요일 찾아 뵐께요 
아버지, 엄마! 
편안히 계십시오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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