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세번째 띄우는 편지입니다 | |
아버지
이제 두 시간 남짓이면 2022년이 저물고 새해가 옵니다. 실감이 나질 않아요. 벌써 한 해가 다 지난다는 게 믿기질 않네요. 아버지가 안 계신 것도 실감이 나질 않구요. 자꾸만 휴대전화를 열어보게 됩니다. 전화벨이 울리는 것만 같고 내가 모르는 사이 아버지 전화가 걸려왔을 것만 같아서요. 병원에 입원해계시는 동안 어떤 날은 왜 그렇게도 자주 전화를 하셨었는지... 부재중전화가 잔뜩 쌓여있는 날도 있더라구요. 그 다음에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왜 전화하셨냐고 여쭤봐도 기억을 못하기도 하시고 전화기가 고장난 것 같아 시험삼아 해봤다고도 하시고.. 그때 못받은 몇 번의 부재중전화도 이제는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저께는 아버지한테 다녀왔었는데 아버지 아셨죠. 아버지가 잘드시던 고구마 구워서 덜 식으라고 호일에 꽁꽁 싸서 갔었는데도 식긴 하더라구요.. 목메일까봐 옥수수수염차도 한 병 챙기고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국화꽃다발도 소박하게 놓고 인사드렸어요. 맛있죠.. 군고구마는 좀 식어도 맛있잖아요. 고구마 구워서 간식으로 드리면 고거 맛나다. 고구마는 구워야 더 맛있어. 하며 엄마한테도 먹어봐, 맛있어 껍질까서 손에 쥐어주면 엄마는 이게 뭔데? 라고 받아서 드시곤 난 이런 거 처음 먹어본다 라며 우릴 먹먹하게 만들곤 했지요. 그래도 어느때부터인가 엄마의 그런 반응에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었지요. 엄마한테도 다녀왔는데 아직 면회도 안되고 영상통화만 겨우 하고 왔어요. 아버지 얘긴 엄마한테 못했어요. 아버지가 엄마 꿈 속에 다녀가세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아버지의 부재를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옆 침대가 비어 허전해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가 괜찮다고 잘 지내라고 엄마한테 말씀해주세요. 아셨죠... 또 아버지 뵈러 갈게요. 편지도 자주 띄울게요. 아버진 답장을 어떻게 해주시려나...? 2022년 마지막 날 밤에 모든 날이 특별해지는 딸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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