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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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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께
작성자 : 임*민
할아버지께서 그 곳으로 가신지 벌써 3일째 되는 날이네요.
편안하시죠? 힘들게 주사바늘, 콧줄 안꼽고 편히 계실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물론 남겨진 저희들은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나날들을 이야기하며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지만요. 

 2년여의 투병 기간을 지나오며 할아버지를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이별을 맞이하고 나니 이별이라는 건 결코 인간이 쉽게 준비할 수 있는 따위의 것이 아니라 것을 알게 됐어요. 어쩌면 그건 저희의 오만이었나봐요.

  저희 모두는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어제 처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게 전혀 실감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러다 조의를 표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문득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눈물을 참느라 애먹었어요.

 할아버지는 서운하시겠지만, 이런 시간이 지나고나면 저희는 조금씩 다시 각자의 일상에 스며들어 살아갈거예요. 그렇게되면 지금보다는 할아버지를 덜 그리워하고 슬퍼하게 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 드려요.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갈게요. 제가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길 바라셨는데, 시기가 언제가 되었든 그것 또한 꼭 지킬게요.

 먼훗날 저 또한 한 줌의 재가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할아버지께 당당해질 수 있게 남은 시간들 열심히 살면서 외가 식구들도 잘 챙길게요. 그 때까지 평안히 계세요.

 외손녀 현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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