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리는 겨울입니다(김기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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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죽
김기영 눈발 풀풀 날리는 초저녁 설거지통 쇠죽 물 사랑방 가마솥에 붓고 쌀겨 듬뿍 넣으시는 어머니 몽당 빗자루에 앉아 풍로 돌리면서 왕겨 던져 불을 지피신다 아버지 볏짚에 호박 썰어 삼태기로 가마솥에 부으면 설설 끓기 시작하는 쇠죽 타오르는 장작불 가마솥 김 푹푹 오르고 여물 주걱으로 뒤집으면 집안에 구수한 냄새 감돈다 소 긴 눈썹 위로 어둠이 내리면 숯불 담은 놋화로 안방 윗목에 앉아 졸고 있다 겨울밤 초가집 감싸는 쇠죽 먹은 워낭소리 ---------------------------- 눈 내리는 밤 김기영 밤새 내리는 눈 대청마루 밑으로 쌓인다 놋화로 둘러앉아 아버지 옛날이야기 구수하게 익어가는 사이 어머니 부엌에 나가신다 뒤란 동치미 꺼내는 소리 아궁이 장작불 타는 소리 가마솥 고구마 찌는 냄새 이야기보따리 맛이 돋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 살얼음 언 뽀얀 동치미 양은 쟁반에 담아 오신다 문풍지 울음소리에 등잔 불빛 작아지고 아랫목 눕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던 어린 밤 밤새 내린 눈만큼 어머니 아버지 사랑 쌓이고 쌓여 행복한 칠 남매 여기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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