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떠나셨는데도 세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람이 불고 꽃들이 피고 햇볕이 들고 초록이 짙어지고 ... 그러고 보니 일상의 수레바퀴는 늘 남겨진 자들의 편입니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신 아버지의 잔잔한 움직임만이 사라진 것입니다. 여느날처럼 인슐린 주사를 맞고, 호스를 갈아끼우고 , 여러 알의 약제를 나누어 삼키고, 퉁퉁 부은 한쪽 다리를 끌어 앉고 누워계시기를 진종일 반복하셨던 아버지, 누가 와서 불러도 뒤돌아보지 못하던 그 나날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하고 길었겠습니까! 제게는 단순한 그 일들이 아버지를 더욱 힘들게 했음을 생각하니 마음은 시린 빙판을 걷는 듯 아찔합니다. 이제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편히 쉬면서 모든 시름을 떨쳐내고,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나뵙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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