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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 |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할아버지.. 영천호국원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지도 열흘이 되어 가네요.. 임종에 가까워 오셔서 병상에 누워계시던 할아버지를 서울에서 포항을 두어번 오가며 뵈었던 얼굴이 아직도 선합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제가, 어렸을 적부터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포항에 계신 조부모님을 뵈는 건 명절을 포함해 기껏해야 한 해에 두 세 번이 전부였기에 아직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믿기가 어렵습니다... 올 설에도, 또 추석에도 시골에 가면 언제까지나 그렇게 계시고 또 계실 것만 같습니다. 이런 제가.. 가까스로 할아버지의 부재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장남이신 아버지께서 장례와 발인 등 모든 일을 도맡아 치르시고 서울로 올라오신 후에야 한시름 놓으시며 흘리던 눈물 한 방울을 통해서였습니다.. "정희야... 할어버지 보고싶다.." 이 한 마디에... 아버지의 아버지 잃은 슬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조부를 잃은 손녀의 슬픔이 아닌 하나뿐인 내 아버지가 느꼈을, 당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무한한 상실감을 같은 자식 된 입장에서의 공감에서 오는 크나큰 슬픔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내 아버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며, 흐느끼며.. 할아버지께 작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린 나이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셨고 또 훗날 제가 직접 겪을, 그 큰 슬픔을 당신 자식을 통해 이 손녀딸에게 알게 하셨으니까요..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를 눈앞에서 보내면서도.. 제 눈엔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전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함께하지도, 이렇다할 추억도 많지 않았기에.. 눈물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제 두 눈이 젖어옵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잃은 슬픔을 알고야.. 이렇게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할아버지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지듯 아파옵니다.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했습니다. 많이 그리울 거에요. 보내드릴 때 많이 울고 많이 슬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저는 세월이 흐를 수록 당신의 부재를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언제까지나 저희 가족을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나의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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