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윤정이에요. 너무 늦게 찾아왔지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가고 싶으셨던 곳, 둘러보고 싶으셨던 곳 다 둘러보셨나요? 이제 다리도 편안해 지셨을 것 같아요.
생전에 제대로 한 번 좋은 곳 모시고 다니지 못했다는 그런 아쉬움을 지금 편안해지신 몸으로 다 둘러보고 계실거라는 생각으로 덮어둡니다. 참.. 이기적이죠?
마지막 모습도 못 뵈었네요.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후회해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참 아쉽고 섭섭해요. 왜 제 얼굴도 한 번 더 안보시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셨는지. 물론 다 제 탓이지만요.
이상하게,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병원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제 할아버지가 아닌 것 같았어요. 석산에 사실 때, 유곡동에 사실때 그 때 그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지, 많이 말라 힘들어보이는 그 모습의 할아버지는 제 할아버지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이 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를 뵙는 것이 무섭기도하고, 병상에 누워계시는 할아버지 모습을 뵙기가 힘들어서, 우리 할아버지가 아닌 것 같아서 생전에 자주 못갔습니다. 물론 이것도 다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지요. 몸이 불편하실 때 더 자주 가서 조금이나마 기분을 풀어드리고 아픈 몸을 잊게 해드리고 그랬어야 하는데. 참 부질없는 후회입니다.
아.. 자꾸 눈물이 나네요. 지금 방송중인데.. 헤헤.. 라디오 방송, 음악 틀어놓고 할아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서 방송을 못하겠네요. 다음에 다시 와야 겠어요. 하늘에서 방송 듣고 계시죠? 언제나 저 응원해주고 계시다는 거 항상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습니다. 아 마지막 곡 하나 남았어요. 이거 듣고 밝은 모습으로 방송해야하니까 다시 올게요. ^^
곧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편안하게 즐겁게 계세요.
손녀 윤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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