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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합삐
내가 마지막으로 울 할아버지를 뵌것은 작년 연말 아산병원에서였습니다. 그 다음날 언니와 나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미국으로 가야했기에 그날이 합삐를 뵌 마지막이였다는. 그때부터 많이 마르기 시작하신 울 할아버지. 우리가 간다고 오시는건 첨 봤습니다. 눈물이 나와서 밑에까지 배웅을 못하시겠다면서 엘레베이터앞에서 인사를 했는데 난 그런 할아버지를 꼭 안아드리고 왔습니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넘 답답하고 아픕니다. 난 울 할아버지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우선은 내가 세상에서 젤루 사랑하는 울 엄마의 아버지이셨기에. 그런 엄마가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아버지셨기에. 나랑 언니한테는 정말 둘도없는 그런 합삐셨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다소 별난면이 있는 그런 할아버지셨기에. 나랑 언니는 어릴때부터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헤어질땐 몇일전부터 울곤했었는데 남들이 보면 오버한다고 할정도였을지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가슴아프게 할아버지랑 언젠가는 헤어질걸 미리알고 그렇게 서러웠나 싶습니다. 울 할아버지는 내가 아는 최고의 멋쟁이셨습니다. 화장대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향수만 해도 10개는 넘고, 또 모자는 얼마나 좋아하셨는디... 내가 일본에서 놀러나올때는 김해공항에서 삼촌이랑 마중을 나오셔서 너무나도 폼나게 에이비에이터 썬끌라스를 쓰신 모습으로 지야!라고 반겨주셨습니다. 내가 어릴때 할아버지는 출근하실때마다 언니랑 나에게 경례를 하셨습니다. "충성!"이라고 외치시면서 오른손을 번쩍드시곤 우리가 경례를 받고나서야 사무실로 나가셨습니다. 그땐 배가 불룩 나오셨고 배추머리를 하고계셨는데 작년 연말에 본 야원합삐의 모습은 날 너무나도 슬프게했다는것. 귀신을 무서워해서 밤에 방문을 열고 주무시는 겁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좁쌀할메라고 자주 놀리시던 할아버지. 지금까지도 날 애기때 닉네임인 지야로 불러주신 할아버지. 우메보시랑 KFC핫윙치킨이랑 일본벤토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삼촌장가가는 날 결혼식때 눈이랑 코 빨개지시도록 우신 눈물이 많고 맘이 약하신 형제중에서 쩰루 막내인 할아버지. 사진찍는걸 좋아하시면서도 포즈는 차렷밖에 모르시는 70이 넘으셔서도 불가리향수를 뿌리시는 바지에 앞주름이 쎄게 잡힌걸 좋아하신 멋쟁이 할아버지. 나랑 옛날 사진보면서 껄껄 웃으시면서 좋아하시고 내가 맛장구를 잘쳐드리니깐 울 지야는 성격이 좋다고 하시던 할아버지. 내가 어릴땐 출근하실때마다 과자리스트를 적으라하시던, 적어드려도 엉터리로 사오시던 할아버지. 엄마보고 복덩어리라고 시집일찍보낸건 살짝 서운해하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너무 보고싶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많이 사랑받으셨다는거 아시죠? 칙칙폭포 할아버지 최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니나 저한테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합삐에요, 아시죠? 언니랑 저 뉴욕서 날라가서 할아버지 보내드리고왔잖아요. 엄마도 조금은 늦었지만 할아버지 가는거 봐드렸어요. 그러니깐 너무 서운해하지마시고요, 할머니 걱정 붙들어매시는거 아시죠? 제 끝나고 할머니 엘에이오셔서 엄마곁에서 쉬시다 다시 한국들어갈거고요, 뉴욕도 놀러오실예정이에요. 그리고 이제부터 언니랑 제가 더 특별히 할머니 신경쓸거니깐 걱정마시고요. 그리고 언니가 할아버지께 못됬게 했다고 너무 가슴아파해요. 그러니깐 언젠가 언니꿈에 찾아가셔서 괜찮다고 위로좀 해주세요, 언니 맘 다 안다고, 그때도 알았다고. 삼촌도 넘 많이 가슴아파하고 당황스러워해요. 그렇게 빨리 가실줄 몰랐다고, 맘준비못했다고. 그런 울 삼촌 힘내게 성용이 수능잘보게 지켜봐주시고요, 자혜두 좋은 고등학교들어가게 해주시고요, 병원에 환자도 많이 보내주시고요. 작은삼촌도 많이 울고갔습니다. 이주랑 준현이는 중국말 아주 잘하더라고요. 보셨으면 너무 대견해하셨을거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맘 알아주세요. 엄마 평생 가슴아파하면서 살거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가신게 아닌거에요. 그냥 옆에없을뿐, 할머니, 언니, 엄마, 삼촌, 그밖에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맘속에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가는겁니다. 우리들의 기억속에 언제나 할아버지를 담아두는거니깐 할아버지가 없어졌다고는 생각안합니다. 사랑해 합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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