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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국립5·18민주묘지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당신이 가버린 먼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도 당신이 떠난 머나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한 번 쯤 구름사이로 생전의 모습이 보일까 하여...

올해는 518기념행사에 직장을 쉬고서라도 꼭 참석해야지 하는 바람은
현세에서는 이루기 힘든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같은 하늘아래 살면서 살기 바빠
너무 멀어 가보지 못하고 있는 나를 당신은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한 번 떠난 당신의 모습, 그 우렁찬 목소리를 다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당신은 송죽같이 올 곧은 선비였겠지요
떠난 그 곳에서도 소신을 지키고 있나요
당신의 이념과 철학을 지키기 위하여
자존심하나로 세상 버틴 당신이건만
당신이 차마 표현 못했던 처절한 고독을 제대로 위무도 해 주지 못한 채
영원한 길을 떠나고 말았네요

그렇게 힘든 투병 중에, 세상사람 모두 우리를 이해 못했었지요
우리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당신이 부재하리란 사실을 믿지 않았지요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요
당신이 떠나는 순간까지도.....

지독히 가난한 8남매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 형제의 바람막이로
언제나 당신의 꿈과 희망은 뒤로 미뤄야 하는 밀알같은 인생을 살다간 당신...

끊임없는 독서와 책 수집으로 자신을 채워온 세월의 유산, 저 많은
주인없이 퇴색된 책들을 시집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문후유증으로 그 긴 세월을 보내면서 병구완에 만만치 않았던 치료비로
경제적 압박감에 늘 미안해하던 당신~
민간요법을 직접 실천하며 그리고 가난한 자를 위한 대중요법의 파수꾼으로 나서겠다며
운영한 홈페이지는 폐쇄되고 저 많은 건강 도서들도 어디론가 가야합니다
저도 머잖아 더 작은 집으로 가기 위해 살림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당신이 세속에서 조금만 더 의미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당신위한 조그만 도서관 하나라도 하는 염원을 갈망해 봅니다

가난과 싸우면서 너무 빨리 이사회의 부조리를 알았고
약자를 위한 사회정의실현의 꿈은 유신독재 타도에서 민주화운동의 파수꾼으로 나서게 했고
이것이 그를 머나먼 인고와 동면의 세월을 살다가게 했습니다.

이런 당신에게 적절히 타협하라 닦달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돌이켜 다 부질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할 일 많았던 당신이기에 너무 억울하여 당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을 걸어도
아파트 문을 열어도/ 지하철을 타도/ 당신과 함께 했던 발자취가 마음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월이 약이라고
빨리 잊어야 한다고 그래야 잘 살아낼 수 있다고
겪어본 사람 아니면 아무도 자신의 비극을 이해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계신 그 곳의 민주열사님들과 청정한 마음들을 나누시고 계시리란 것을 알기에 마음의 위안을 가집니다.

국립518민주묘지에 계신 민주열사님들께 올립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우리를 지켜주십시요

멀어서 가지 못하더라도 종종 하늘편지 보낼려 합니다

518민주열사 사공 술 처 김영아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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