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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영령 ‘얼굴’ 찾아준다.(광주일보 보도기사)

광주일보  2010년 03월 23일(화) 사회 7면

5월 영령 ‘얼굴’ 찾아준다
5·18묘지 영정 없는 8기 … 사진 없으면 초상화로 

5·18 민중항쟁 30주기를 맞아 (사)5·18 구속부상자회 남구지회가 국립 5·18 민주묘지(이하 5·18 묘지) 내
영정 없는 희생자들의 ‘얼굴 찾아주기’에 나섰다.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는 80년 5월 당시 희생된 700명(상이 후 사망 포함)의 희생자 중
영정없는 8기의 묘가 있다.

이는 당시 폭도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아픈 기억을 잊고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진 등 유품을 모두 없앴기 때문이다.

이들의 묘비 옆에 놓인 가로·세로 20㎝ 크기의 세라믹 액자에는 무궁화가 얼굴 사진을 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속부상자회 남구지회는 지난 15일부터 유족들을 대신해 5·18 묘지에 안치된 이들의 사진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상자는 고(故) 전재수(당시 11세)·김금단(여·78세)·신행균(42세)·김귀현(45세)·김학수(27세)·이갑열(30세)·
박재구(33세)·정인순(여·54세)씨 등이다. 이들은 1980년 5월 당시 희생돼 구묘역 등에 묻힌 뒤 1995년 6월부터 2005년 9월 사이에 5·18 묘지로 이장됐다.

이들의 영정은 고인의 초상이나 사진이 안치된 5·18 묘지 내 유영봉안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남구지회는 오는 5월 31일까지 유족과 희생자의 친구 등을 수소문하는 등 사진을 구해 유족과
5·18 묘지관리소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을 구하지 못할 땐 희생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생전의 모습을 진술받은 뒤 지역 화가의 도움을
받아 초상화를 만들 방침이다. 또 5·18 행사기간 중 지역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모아 잊혀진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추모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남구는 5·18 30주년 기념행사비로
책정된 예산 일부를 구속부상자회 남구지회에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5·18 구속부상자회 이덕호(53) 남구지회장은 “30년이 다 되도록 이들의 얼굴을 찾아주지 못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로서 미안할 뿐”이라며 “당시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희생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한 채 가슴 속에 묻어두어야 했던 희생자의 얼굴을 하루빨리 찾아 원혼을 달래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행 기자 gole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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