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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국립5·18민주묘지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편지 드립니다.
내일 참배를 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사이버 하늘편지라도 써보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에 소재한 조선대학교의 학생입니다.

  어제는 광주민주화운동 연극을 봤어요. 관객 참여형 연극이었던 덕에 당시의 상황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광주에 거주하며 느끼게 된 것인데요. 영상 속에서나 보던 장소에 제가 서 있다는 사실은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이렇게 평화롭고 기분 좋은 곳이 불과 이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피 흘리는 곳이었다니, 하고요. 만약 제가 민주화운동 당시의 광주에 있었다면 말이죠. 다치고 죽는 사람이 저일 수도, 제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자주 가는 가게의 사장님일 수도, 지인일 수도, 얼굴만 알던 내 이웃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루하루가 눈물바다일 겁니다. 가슴께에선 뜨거운 무언가가 응어리지고 어딘가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어요. 직접 겪은 일이 아닌데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 걸까, 이미 몇십 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울컥하는 게 웃기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그러한 마음을 눌러놨어요. 사실은 아직도 진상 규명이나 후처리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고 5.18.민주화 운동의 아픔은 여전한 걸 알아요. 그럼에도 저는 제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겁쟁이라서, 그래서 이상한 느낌이 드는가 봐요.

  제가 아침에 깨어난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고 잠에 들기도 하는 평화로운 환경은 당신들이 있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들이 있었기에 존재합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우리는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 몰라라 하지 않게 노력할게요. 내 감정에 솔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표하고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기억하고, 이기심보다 사랑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는 직접 방문할게요. 편히 쉬세요.

  속으로 읊은 이 글이 하늘에 가 닿을 수 있겠죠? 제가 아닌 다른 친구들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갈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 일이 이제는 일어나지 않게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늘을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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