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항쟁 투입 '진압군' 정신질환, 국가배상 첫 판결
기사입력2009-01-23 23:12 【수원=뉴시스】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정신질환을 얻은 '진압군'에 대해 국가가 피해를 보상 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단독 김병철 판사는 23일 5.18 민주항쟁 당시 제3공수특전여단 소속의 광주 진압군으로 투입된 김모씨(50)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수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결정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시민들을 사살한 충격으로 정신 질환을 얻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고려대 정외과를 다니다 입대한 김씨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제3공수특전여단 소속의 '진압군'으로 배치됐다.
김씨는 진압군으로서 시민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실감과 자책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시민을 학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다 선임병의 구타.가혹행위를 당해 정신분열의 증세를 보였다.
김씨는 81년 11월 군에서 제대한 후 전쟁.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어서 생기는 정신질환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진단을 받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는 광주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28년 동안 지나가는 군인에게 시비를 걸고 "시민에게 총을 겨눈 특전사를 쏴죽여야 한다"는 등 정신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일관되게 군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보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씨의 친구 전성 변호사는 국가보훈처에 김씨를 공상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냈으나 국가보훈처는 "원고의 정신
분열증이 군복무 중 발생했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고 발병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입증자료가 없다"며 국가 유공자로 지정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기중기자 k2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