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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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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 아버지 11주기가 다가옵니다
아버지, 엄마! 
편안히 잘 지내시는지요? 
벌써 아버지 11주기가 다가옵니다. 세월이 정말 빠르네요. 
아버지도, 엄마도 저희들 곁을 떠나신지 엊그제 같은데..... 
아버지는 엄마와 함께 계시니 외롭지 않으시겠습니다
저희들은 아직도 엄마 품을 찾아 헤매이고 있어요. 

칠암동 가면 집도, 방도, 부엌도, 그릇들도 ..... 
심지어 엄마가 남겨 놓으신 고추장이며 양념들도 그대로 있는데 
엄마만 안계십니다 
골목에 들어서면 동네 어르신들도 아직 정정하게 다니시는데 
엄마만 안계십니다 
우리 엄마만, 내 엄마만 안계십니다 
저를 두고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아버지 곁으로 가셨는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 보면 엄마는 이제 아프지 않고 
편안히 하늘나라에 잘 계시겠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엄마들은 저렇게 자식들과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재미있게 지내시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서둘러 가셨을까? ....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 제사가 다가오니까 더욱 엄마 생각이 나면서 
엄마가 계셨더라면 함께 제사 음식 준비하면서 
아버지 이야기도 하고, 울다가, 웃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하루 해가 금방 가곤했지요 

엄마! 
제가 요즘 너무 바빠 엄마께 편지도 자주 올리지 못해 많이 기다리셨죠? 
엄마는 저와 이야기 하는 것, 
제가 책 읽어 드리는 것, 
저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듣는 걸 많이 좋아하셨지요? 
제가 피곤해서 눈을 감으면 벌써 잘 거냐고? 더 놀자며 아이가 엄마를 보채듯이 
엄마는 자지말고 이야기 하자고 일어나라고 하셨지요 

엄마! 
엄마 떠나시고 제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이야기 들어 줄 엄마가 안계신다는 것입니다 
아~ 이건 엄마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이건 엄마께 들려 드리면 크게 웃으시며 재미있어 하실 이야기인데, 
이건 엄마가 좋아하시던 노래인데 등등 .....
문득문득 시도때도 없이 엄마가 보고싶고 생각납니다. 

엄마! 
우리 언제 만나서 회포를 풀까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엄마! 엄마! 자꾸만 불러보고 싶습니다. 
자꾸자꾸 엄마를 부르면 "미선아 왜" 하고 대답하실 것 같고 
눈 앞에 나타나실 것 같습니다.
다음주 아버지 제사때 아버지 손잡고 꼭 오십시오 
성당 미사도 참석하시고, 유등 축제기간이니 저희들과 유등축제도 구경해요
그동안 코로나로 축제를 안하다가 올해부터 다시 합니다 
어제 동생이 사진찍어 보내왔어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요
 
엄마!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어요 
엄마는 심장이 좋지 않아 늘 숨이 찼었는데 
하늘나라에는 마스크 없이 편안히 호흡 하시겠네요

그리고 지난달에 삼촌과 숙모도 호국원으로 이장하셨어요 
유수리 진무아재도 아버지, 어머니 가까이에 계시더라구요
처음에는 낯설고 외로우시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일가친척들도 곁에 여러분 계시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오랫만에 편지를 쓰니까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어요. 앞으로 자주 편지 올리겠습니다

엄마! 
이제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어요 
예쁜 가을단풍 구경하시면서 편안히 계십시오 
다음주 아버지 제사때 뵙겠습니다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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