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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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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엄마! 아시나요?
엄마! 
추석 연휴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제가 말씀드린대로 여기저기 두루두루 잘 다녀오셨는지요?

엄마! 아시나요?
추석에 동네 어르신들께 막걸리 전해 드리다가 
엄마가 좋아하셨던 빅토리 할머니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빅토리 할머니가 엄마 소식 듣고 슬퍼하시다가 
엄마 외로우실까봐 엄마 곁으로 가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천상에서 다 보고 계실테니까 빅토리 할머니 돌아가신 것 알고 계셨나요?
혹시 만나셨나요? 요즘 자주 만나서 지난 이야기 나누며 재미있게 지내고 계신지요?

그리고, 혜자아줌마 댁에 들렀더니 저를 붙잡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몇 번씩이나 말씀하셨어요.
엄마 장례식에 못 가 봐서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 "분이는 복이 많아 고생 안하고 갔다"고 
친구들끼리 이야기 핫긴다기에 제가 아니라며 우리 엄마는 고생을 많이 하셔서 좀더 행복한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며 안타깝다고 , 엄마가 2년만 더 사시기를 희망했었다고 전해드렸어요.
사실 혜자아줌마는 저도 조금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예전처럼 막걸리 가지고 찾아 뵈니까 
엄마 생각에 미안함이 많았는지 저를 보자마자 울면서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앉아서 이야기 좀 하다가 가라며 많이 후회하시기에 엄마 장례식 사진과 호국원 사진도 보여드리고,
친구분들이  엄마 뵈러 가시겠다고 하면 10월 2일 제가 모시러 오겠다고 했더니
선희 아줌마도, 나동 아줌마도 몸이 많이 아파 집 밖을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셨어요
혹시라도 갈 수 있다고 하시면 제가 모시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친구분들 많이 보고 싶어 하실 것 같고, 
친구분들도 호국원 다녀오시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지실 것 같기도 해서요.
엄마, 아버지 좋은 곳에 계신다고, 구경 삼아 가시자고 했습니다.   

엄마!
이번 주는 제례단 개방이 안되서 다음주 토요일에 찾아 뵐려고 해요
엄마 없이 보낸 첫 추석 명절이었습니다.
추석날 차례를 지내는데 사촌들이 소파를 보며 큰어머니가 여기 앉아 계셔야 하는데...라며 엄마를 그리워 했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엄마! 말씀 안드려도 다 보셔서 아시죠?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다녀오고, 갈비찜도 해서 점심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보려고 나름대로 음식도 준비하고 했었는데
괜히 그랬다는 후회가 조금 남네요.
제가 아무리 흉내내도 채워 질 수 없는, 
채워 줄 수 없는 엄마의 자리인데 ........
엄마를 보낸 슬픔의 크기나 추모 방법 등 형제라도 생각이 같을 수 없고,
치유의 방법도 모두들 다르니까 
이제 저는 모두가 함께 하는 행사나 집안 일에서 조금 물러나고 싶어집니다
6남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알아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 그래도 되겠죠? 이해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아버지, 엄마! 
깊어가는 호국원의 가을은 어떤가요? 
시원한 바람, 예쁘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 보시면서 편안히 계십시오.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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