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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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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청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아버지, 엄마! 일요일 찾아 뵙겠습니다
그대 더 이상 울지 마

그대 더 이상 걷지 마
거기 그냥 털썩 주저앉아
남들이 뭐라고 하건 펑펑 울어 버려

그대 더 이상 뛰지 마
그 앞에 아무거나 붙잡고
숨이라도 좀 쉬어 봐

그대 더 이상 울지 마
아직도 흘릴 눈물이라면
바람에 천천히 말리고
들풀 젖지 않을 만큼만
그 자리에 놓고 와.

- 임권의 시〈아무것도 하지 마〉전문 -

엄마!
또 한 주가 흘러 갑니다
오늘은 제가 싫어하는 금요일인데 
일요일에 호국원 갈 생각을 하니 오늘은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아버지 제사가 평일이라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서
모두 함께 호국원 방문이 어려울 것 같아서 일요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요일은 동생들과 가고, 
제사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서울 언니와 또 가겠습니다

오늘은 울지 않으려고 "그대 더 이상 울지 마" 라는 글을 먼저 옮겨 놓고
편지를 쓰는데도 엄마 뵈러 갈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나네요
아직도 가슴 깊이 맺혀 있는 슬픔이 많은가 봐요
애써 참으려 하지 않고, 애써 잊으려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흐름에 맡겨 두려고 합니다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추억하고, 
눈물이 나면 펑펑 울면서 눈물을 흘려 버려야 울화병이 안될 것 같아요

엄마!
궁금한게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엄마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좋아 하셨던 색깔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호국원 사이버 참배코너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
헌화하는 꽃을 선택하다가 엄마가 좋아 하셨던 색깔이 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흰색, 노란색, 빨간색 이렇게 3가지 색깔 중에서 
엄마가 어떤 색을 더 좋아 하셨는지 몰라서 매번 고민을 합니다. 

봄에는 제가 좋아하는 노란색 을 많이 올렸고
여름에는 엄마의 하얀 모시 적삼을 생각하며 흰색을
그리고 요즘은 가을단풍을 닮은 빨간색을 올리다가 
또 어떤때는 매일 색을 달리해서 올리기도 합니다 
엄마는 무슨 색깔을 좋아 하셨는지요? 
화초 가꾸는 것도 많이 좋아 하셨는데, 예쁜 옷도 좋아 하셨는데,
옆에서 늘 지켜봐 왔었는데 ......
저는 여태껏 엄마가 무슨 색을 좋아 하셨는지도 몰랐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왕이면 엄마가 좋아 하셨던 색으로 고민없이 올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엄마!
일요일 10시에 찾아 뵐께요
아버지와 입구까지 마중 나와 계실 거죠?
날씨가 좋은데 오늘, 내일 편히 계십시오
일요일 뵙겠습니다

미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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