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수유 언덕에 잠든 나의 세 친구 | |
4.19 수유 언덕에 잠든 나의 세 친구
碧海 박 동 출 4.19 수유 언덕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내겐 세 친구가 잠들어 있지. 남도 섬마을 도초에서 태어난 나는 도초에서 초등 학교를 졸업하고, 연평도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인천고등학교를 졸업한뒤에 포병장교가 되어 155마일 휴전선을 지키다 5099명의 전우가 전사한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루고 봄의 냇가 마을 춘천에서 젊은 날을 보내다 미국으로 건너가 십여년을 떠돌이 생활을 하다 돌아와 원주에서 잠시 머물 때 너히들은 나를 불렀지 젊은날 우리들에겐 아버지,어머니가 계셔 보고 싶을 땐 가끔 와서 우리들 얼굴을 어루 만지고 이름을 불러 주고 갔지만 이젠 고희(古稀)가 지나 우리에겐 아버지도,어머니도 자식들도 없으니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우리가 잠들고 있는 수유 언덕 아랫마을 솔샘로 양지녁에 둥지를 틀게하고 우리가 생각 날때마다 가끔 와서 얼굴을 메만지며 이름을 불러 달라고 이젠 나도 너히들 이름을 알지 4.19때 나와 동갑이던 서울에 살던 묘역번호 1-49번에 잠든 종암 초등학교에 다니던 임동성, 서울에 살던 동신 초등학교에 다니던 묘역 번호 1-50번에 잠든 안병채, 부산에 살던 묘역번호 1-51번 에 잠든 성남 초등학교에 다니던 박도일. 열 살 그 어린 나이에 여기에 잠들었지 아! 나는 너히들이 생각 날 때 마다 너히들이 잠든 수유언덕에 와서 너히들 얼굴을 보면서 이름을 부르지 나 언제인가 하늘길로 떠나 천상에 오르면 4.19 수유언덕에 백목련,자목련,철쭉이 붉게 피어나는 봄에도, 초록으로 물든 여름에도,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에도, 하이얀 눈덮인 겨울 밤에도 삼각산 높은 봉에 보름달 둥근달이 떠오르면 4.19 수유 언덕을 한 마리 아기 사슴 앞 세우고 거닐며 지나간 세월 속에 오늘 하루를 밤세워 이야기 하자 저승과 이승에서 만난 나의 영원한 친구들아 다시한번 너히들 이름을 불러본다 동성아,병채야,도일아, 그리고 나 동출 이 글을 읽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아 어쩌다 한번 생각이 나면 이곳에와서 친구들 이름을 불러 주게나 부탁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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