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꽃 피는 윤동주 동산, 인왕산에서 즐겁게 꽃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서시를 읽고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예쁘다 웃고, 이 시는 언제봐도 정말 명시이다 하며 웃고 돌아왔습니다. 마치 오늘을 잊은 것처럼 오늘을 살아버렸습니다.
제가 보낸 오늘 하루는 51년 전 의사義士님들의 희생이 만들어준 자유로운 하루였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피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피섞인 외침을 두고, 저는 사실 뻔뻔스럽게도 제 피가 아닌 의사님들의 피를 통해 저의 자유를 즐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사님들이 누리지 못하고 목숨을 다하여 저에게 물려준 자유,
오늘 행복하게 누렸습니다.
비록 졸렬한 소시민에 불과한 저이지만 결코 역사를 잊지않겠습니다.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이 자유가 내 것인 양 오만해지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는 마음으로, 묵념하는 마음으로, 윤동주 시인처럼 고개 숙이고 괴롭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의사님들이 품고 계셨던 민주주의를 향한 인간 존엄에의 희망 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가슴에 횃불처럼 담고 계셨던 의사님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희망 잃지 않겠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노력하겠습니다.
이승에서 제대로 즐기시지 못한 찬란한 봄, 부디 하늘에서라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봄을 내려다보고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