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민주묘지 서리를 아시나요? | |
다양한 수목은 국립4.19민주묘지의 자랑입니다. 나무가 좋아 저희 묘지를 찾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나무 하면 가을의 단풍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봄의 신록, 여름의 울창, 겨울의 설경도 못지않게 좋습니다.
저는 모든 수목들이 잘 자라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목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4.19민주영웅들을 위한 또 다른 예우라고도 생각합니다.수목 가운데 약 2만 그루는 국유재산으로 등재해 관리하고 있죠. 이곳에 근무하면서 새로 알게 된 나무들도 많습니다. 귀룽나무, 노각나무 등등. 저희 4.19묘지에서 가장 큰 나무는 연못 옆에 있는 오리나무입니다. 애정을 갖다보니 나무에 대한 지식도 조금씩 늘어갑니다. 주력부대인 소나무,주목, 영산홍, 철쭉 사이에 유실수도 제법 있습니다. 매실나무, 모과나무, 감나무가 대표적이지요. 요즘 날씨는 무덥지만 모과와 감이 커가는 모습을 아침 저녁으로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가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누군가 제대로 익지도 않은 앵두를 몽땅 따가더니 얼마 전에는 몇 개 달리지 않은 자두를 쓸어간 '나쁜 손'이 있었습니다. 봄 냉해로 얼마 열리지 않은 매실들도 손을 탔습니다. 차라리 옛날 농촌에서 개구장이들이 이웃의 과일들을 몇 개 슬쩍 하는 '서리'였다면 웃어넘길 텐데 그럴 수가 없군요.열매를 몽땅 빼앗긴 나무들이 참으로 쓸쓸해 보였습니다. 저는 나무가 그렇듯 열매들도 민주묘지만의 재산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4.19회원과 참배객, 방문객이 모두 누리고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도 모과 등을 수확하면 나누는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저희 묘지의 열매를 탐내는 방문객을 보시면 이렇게 타일러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니 두고 보면서 즐깁시다" 탐스럽게 익은 매실 앵두 자두 살구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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