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투쟁현장詩, 유영봉안소 영정에 헌정·전시 | |
4·19혁명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한 장시(長詩)를, 4·19영령 511분의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에 헌정·전시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지방을 돌며 자료를 조사하고, 시를 담을 가로 2.2m, 폭 60cm 크기의 받침대를 제작하는 준비 끝에 6월 28일 전시대 설치작업을 마쳤습니다. 1960년 4·19혁명 당시 경무대로 진격해 목숨을 걸고 반(反)독재 민주화 시위에 앞장 선 청년학생의 용맹한 모습을 형상화한 투쟁현장 시(詩)를 게시함으로써, 당시 사망한 186위(位)를 비롯한 4·19민주영령의 위대하고 숭고한 넋을 기리게 됐습니다. 시 제목은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입니다. 이 시는, 10연(聯) 108행(行)으로 구성된 장시로 1960년 6월 <사상계(思想界)>에 발표됐습니다. 시 제목과 본문에 여러 차례 나오는 '다비데'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David)의, '고리아테'는 골리앗(Goliath)의 1960년대 당시 표기입니다. 시를 쓴 시인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산덕리에서 출생한 '대표적 4·19시인' 고(故) 신동문(辛東門, 본명 建浩, 1927~1993) 씨입니다. 시인은 청주에서 활동한 민주인사로, 3·15의거 뒤 청주에서 일어난 학생데모의 배후로 지목돼어 경찰의 추적을 받자 경부선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4·19혁명에 참가했습니다. <시인 신동문 평전>을 쓴 김판수 전(前) 경향신문 기자는 시인이 시를 쓴 정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수만 명의 시위대가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서울 중심부를 가득 메우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경무대를 향해 돌진하는 현장에는 그도 끼어 있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찰의 총질에 쓰러지면서, 피 흘리면서 내지르는 절규를 그도 똑똑히 들었고, 또 함께 고함쳤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群)들>은 그 현장의 아우성을 날것 그대로 노래한 격정의 시였다. 역사적 현장의 구경꾼으로서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쓴 시였다." 국립4·19민주묘지 이창섭 소장은 시 안내글에 '4·19혁명 당시 자유·민주·정의를 쟁취하려고 경무대로 진격한 청년학생들의 위대한 항거, 승리를 향해 돌진하는 기개, 꺾이지 않는 투혼을, 현장감이 맥박치듯 실감나게 표현했다'고 압축해 서술했습니다. 다음은 <아! 신화같이~> 시 전문(全文)입니다.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서울도 해 솟는 곳 동쪽에서부터 이어서 서 남 북 거리거리 길마다 손아귀에 돌 벽돌알 부릅쥔 채 떼 지어 나온 젊은 대열 아! 신화같이 나타난 다비데*군(群)들 혼자서만 야망 태우는 목동이 아니었다 열씩 백씩 천씩 만씩 어깨 맞잡고 팔짱 맞끼고 공동의 희망을 태양처럼 불태우는 아!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群)들 고리아테* 아닌 거인 살인 전제(專制) 바리케이드 그 간악한 조직의 교두보 무차별 총구 앞에 빈 몸에 맨주먹 돌알로써 대결하는 아! 신화같이 기이한 다비데군(群)들 빗살 치는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앞에 돌 돌 돌 돌 돌 주먹 맨주먹 주먹으로 피비린 정오의 포도(鋪道)에 포복하며 아! 신화같이 육박하는 다비데군(群)들 저마다의 가슴 젊은 염통을 전체의 방패 삼아 관혁(貫革)으로 내밀며 쓰러지고 쌓이면서 한 발씩 다가가는 아! 신화같이 용맹한 다비데군(群)들 충천(沖天)하는 아우성 혀를 깨문 앙까님**의 요동치는 근육 뒤틀리는 사지 약동하는 육체 조형의 극치를 이루며 아! 신화같이 싸우는 다비데군(群)들 마지막 발악하는 총구의 몸부림 광무(狂舞)하는 칼날에도 일사불란 해일처럼 해일처럼 밀고 가는 스크럼 승리의 기를 꽂을 악의 심장 위소(危所)를 향하여 아! 신화같이 전진하는 다비데군(群)들 내흔드는 깃발은 쓰러진 전우의 피 묻은 옷자락 허영도 멋도 아닌 목숨의 대가를 절규로 내흔들며 아! 신화같이 승리할 다비데군(群)들 멍든 가슴을 풀라 피맺힌 마음을 풀라 막혔던 숨통을 풀라 짓눌린 몸뚱일 풀라 포박된 정신을 풀라고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고 이기라 이기라 이기라고 아! 다비데여 다비데들이여 승리하는 다비데여 싸우는 다비데여 쓰러진 다비데여 누가 우는가 너희들을 너희들을 누가 우는가 눈물 아닌 핏방울로 누가 우는가 역사가 우는가 세계가 우는가 신(神)이 우는가 우리도 아! 신화같이 우리도 운다 <사상계(思想界)> 1960.6. * 다윗(David), 골리앗(Goliath)의 1960년대 당시 표기 * * 안간힘의 당시 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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