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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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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임실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공개여부 공개
할아버지..그립습니다.

제 인생에서

당신이 빠져나가도

제 일상은 어김없이 반복되어집니다.

 

당신의 빈 자리를 채 느껴보지도 못한채..

제 삶은 다시 치열함 속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어제 갈망했던 그 삶이

제게는 어김없이 내일도 찾아오겠지요.

 

모든 일은

열심히 할수록, 날을 더하고 해를 더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어찌하여 인생은

날이 갈수록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 일까요.

 

아직 어리기만 한 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마지막 말씀해주시던

그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장지에서 돌아오던 길에,

문득 당신이 제게 가르쳐주신 첫 한국 말이

떠올랐습니다.

포도.

그 계절 포도를 한 아름 안겨주시며 가르쳐주시던

한국 말을 전 이제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다 커버린 절 보시면서도

여전히 어린 손녀로만 기억하시어

볼 때마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셨던

당신의 큰 사랑이 오늘 가슴에 사무칩니다.

 

당신이 사다주신 운동화가

알려주신 한자성어들이

차가운 제 손을 꼬옥 쥐어주시며

해주시던 말씀들이..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는 중태 상태에서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 주시던 그 눈빛이..

 

아직 제 가슴에 남아있는데,

당신이 더 이상 안계십니다.

 

사랑한다 말해드릴 걸 그랬습니다.

무뚝뚝하기만 한 제가 해드리지 못한 그 한마디가..

오늘은 백번 만번 제 입속에서 맴돕니다.

 

흐리기만한 오늘의 서울 하늘이 미워보이는건 왜인지..

저는 도무지 알길이 없는 어리석은 손녀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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