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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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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임실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공개여부 공개
아버지, 작은 아들입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부족하지만 이제서야 아버지께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아버지께 드린 마지막 편지는 고3때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어이없게도 동네 아이들 패싸움에 휘말려, 당신께서 '깡패' 자식을 키웠다며 엄청 역정을 내셨는데 그에 대한 억지 변명의 편지를 드렸었던것이 아버지 살아게실적 드렸던 마지막 편지가 되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살아계실때도 또 돌아가시고 나서도, 저는 자식 여섯 중 제일 못난 자식입니다.
아버지가 제게 전해주신 사랑과 다정함을 제대로 돌려드리지도 못했는데, 왜 이리 빨리 떠나셨는지요...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옛 사진을 들척이다가 아버지 사진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고 여전히 제 옆에서 조용히 웃고 계신 것 같은데, 더는 아버지 무릎에 누을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서럽습니다.

'자식은 이렇게 키우는 것이다.'라는 것을 제게 심어 주셨고, "사람에겐 이렇게 대하는 것이다"라고 보여주신 분...
갑자기 내리는 창밖의 함박눈이 마치 아버지가 저희들에게 보내주시는 사랑같습니다.

오늘 형, 큰 누나, 미애네 형님 내외가 함께 아버지께 다녀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여러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만, 역시 너무 부족함을 느끼고, 하지만 이것이 처음 시작이라 생각하고, 부끄럽지만 어른된 작은 아들이 아버지께 첫 인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이제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잘 키워 놓은 자식들 덕도 보지 못하고 떠나 보내드린 마음 변명할 길 없지만, 살아 생전에 맛 보지 못하셨던 호강 이제 멀리서나마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 뵐때까지,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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