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
당신이 빠져나가도
제 일상은 어김없이 반복되어집니다.
당신의 빈 자리를 채 느껴보지도 못한채..
제 삶은 다시 치열함 속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어제 갈망했던 그 삶이
제게는 어김없이 내일도 찾아오겠지요.
모든 일은
열심히 할수록, 날을 더하고 해를 더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어찌하여 인생은
날이 갈수록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 일까요.
아직 어리기만 한 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마지막 말씀해주시던
그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장지에서 돌아오던 길에,
문득 당신이 제게 가르쳐주신 첫 한국 말이
떠올랐습니다.
포도.
그 계절 포도를 한 아름 안겨주시며 가르쳐주시던
한국 말을 전 이제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다 커버린 절 보시면서도
여전히 어린 손녀로만 기억하시어
볼 때마다 짧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셨던
당신의 큰 사랑이 오늘 가슴에 사무칩니다.
당신이 사다주신 운동화가
알려주신 한자성어들이
차가운 제 손을 꼬옥 쥐어주시며
해주시던 말씀들이..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는 중태 상태에서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 주시던 그 눈빛이..
아직 제 가슴에 남아있는데,
당신이 더 이상 안계십니다.
사랑한다 말해드릴 걸 그랬습니다.
무뚝뚝하기만 한 제가 해드리지 못한 그 한마디가..
오늘은 백번 만번 제 입속에서 맴돕니다.
흐리기만한 오늘의 서울 하늘이 미워보이는건 왜인지..
저는 도무지 알길이 없는 어리석은 손녀입니다.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