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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임실호국원 - 하늘편지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공개여부 공개
용서해 주십시오
중환자실에서 손가락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던 애절한 시간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지난 설을 쇠고는 검사 결과에 망연자실로 서울대학병원을 찾아 여러 방법을 찾았지만 그 모든 수술과 치료를 거부하신 때가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검사하기 위해 치아 보철을 13개나 빼고 하느니 사시는 날까지 사시겠다는 말씀에 자식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자식이 구해 온 삼백초 식이 요법을 믿으시고 한치도 어기지 않고 자시며 나을 날을 기다리시는 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시던 지난 5월 15일 그 밤에서야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 주신 모습과 말씀들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말씀 한 마디라도 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 그렇게도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 한번은 집에 다녀오실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가족들의 간절한 희망, 이 모두가 그저 바람으로만 남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와 5남매, 그리고 제 자식과 조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한 아버지, 언젠가 기념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가족 얼굴을 담은 걸개 사진을 보며 저희 모두가 그렇게 허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 지갑을 병원에서 잃어버렸다고 안절부절못하시던 어머니, 아버지 침구를 정리하시며 다시 찾아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릅니다. 가지런히 들어 있는 사진이며 증명서들, 그리고 현금을 보며 다시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그 지갑은 아버지 유품으로 제가 가져야 한다며 어머니께서 주시더군요. 내일 다시 아버지 곁으로 갑니다. 그렇게도 바라시던 합동 안장식에 여러 친지들이, 경우회 어른들께서 동행해 주신답니다. 생전에 청각 장애로 그렇게도 큰 목소리도 호국원 바람결에 들리지 않나 봅니다. 좋아하시던 약주도 한잔 못 올리고, 고통 없이 떠날 수 있게 해 달라시던 약조도 지키지 못한 자식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제 하나님 나라에서 편히 지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손가락으로라도 뭔가 의사를 전달하기보다는 소리 없는, 그 크신 음성을 가슴으로 듣겠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어머니께서 아버지 곁으로 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시는 동안 이러저러 있었던 모든 고통 다 잊으시고 편히 주십시오. 제가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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