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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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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하늘나라 우체통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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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흥식이, 늘 필요할 때마다 앙칼지게 불었으니 오늘도 엄마는 깜짝 놀랐지.
뭐가 그렇게 미안한 게 많아 ‘오나 오니’ 철부지로 길렀을까?
국민학교 3학년짜리가 아침 마다 지도를 그려도 따끔하게 호통을 치기보다
기르던 닭을 잡아 똥집(모래주머니)을 반으로 갈라 속껍질을 벗겨 말려서 그걸 가루로
빻아 소주에 개어 마시게 하는 민간치료법으로 아들 기를 살렸지.
도시에서 누나들과 생활하는 철부지에게 부짓집 아이들도 갖기 어렵다는 야구 방망이 특히
캐처 미트(글러브)와 보호용 마스크를 사줬으니 아들은 동네 야구에서 늘 장비 빨로 주전 선수로
경기에 낄 수 있었지. 엄마는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고 그랬을까?
아들이 몸뚱이에 털이 자리고부터 철이 들어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러 얼마나 뿌듯해 하는지
표정으로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이 뿌듯함도 오래가지 못하고 불행이 우리 모두를 덮쳐 다시 철부지로 돌아갔어.

엄마, 그거 기억나 일하던 아줌마가 퇴근하고 엄마는 내 침대 발 쪽에 의자를 놓고 앉고
나는 침대의 등받이를 올려 반쯤 앉아 TV를 보다가 우리나라 산 이름 번가라 대기 게임한 거.
엄마는 기억력이 점점 사라져 매번 지는 게임에 실증을 느껴 포기하고 그런 엄마가 속상해
나는 또 매번 화를 냈고 엄마는 내가 겁이나 시무룩하게 돌아 앉아 TV만 봤지.
가끔 TV에 웃기는 개그맨이 나오면 그때의 시무룩한 엄마 등과 개그맨이 겹쳐져 울적해.

엄마, 너무 오랜만에 찾아왔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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