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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참여게시판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URL 정보 제공
제 2회 호국보훈 음악회는 빗소리와 함께

**Prologue**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녘에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시작하여 아침인 지금까지 이어 내린다. 나는 일찍이 카메라가방을 챙기고 고속터미널로 가는 길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오늘의 일정을 재확인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늘 비가 오는데 그래도 행사는 하는 거지요?” 즉시 저쪽에서 디지털화 하여 건너온 전파가 핸드폰에서 아날로그 음성으로 변환된 친절한 목소리로 내 고막을 맑게 공명시킨다. “그럼요. 음악회 행사는 변동이 없습니다.” 나는 고맙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가 2년 전인 2009년 2월에 인연을 맺고 그해 봄에 양친부모님을 모두 모신 국립이천호국원에서 작년에 이어 6.25전쟁 발발 61주년을 하루 앞둔 오늘 ‘제2회 호국보훈 나라사랑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나는 나의 걱정이 너무도 커다란 기우임을 이내 인식한다. ‘그럼 그렇지. 나라 지키는 일에 폭우가 문제였던가? 눈보라가 문제였던가? 그런 호국영령들과 참전용사들에게 헌정하는 음악회를 이깟 비가 온다고 취소할 수 있으며 눈보라나 엄동을 핑계로 허투루 할 수 있겠는가.’

**개식사와 군악대 연주**
이천터미널에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 후 12시 10분 출발 직행버스를 타고 호국원에 도착하니 음악회가 열릴 시간은 2시간가량 여유가 있어 행사준비에 바쁜 호국원 직원들을 곁눈질하며 봉안탑이 있는 묘역으로 올라가 불효자의 문안인사를 내 부모님께 올리고 노성산을 올려다보니 물기를 잔뜩 빨아들인 하늘은 제 몸무게를 감당 못하고 게으름뱅이의 뱃살처럼 축 쳐져서 산봉우리 바로 위에 걸쳐있었다. 잠시 묵념을 올리고 내 낡은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성화에 못 이겨 현충관 2층으로 피해서 커피를 마시며 백석의 시를 읽다가 개회시간 어림에 우천으로 변경된 현충관 1층 행사장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시간이 되어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음악회의 막이 올랐는데, 연주되고 불러서 울리고 퍼지고 장내에 채워지는 애국가 연주와 노래는 오늘 이곳에 머물러 내 가슴과 모든 이들의 가슴 깊은 곳까지 묵직한 떨림으로 공명을 이루었으며, 그 음률 마디마다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영욕의 역사들은 조각조각 떨어져 대한의 어깨들 위에 호국의 교훈이 되어 고조곤이 내려앉았다.

이어서 이성준 호국원장님의 기념사와 내빈들의 격려사가 이어졌고 백색군복이 예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은 여자군악대장님의 지휘로 발칸의 빛나는 장밋빛처럼 빨간 제복이 싱그럽고 세련된 젊은 군악대의 연주가 현충관을 채우고 넘쳐서 봉안탑 묘역을 지나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며 오늘의 음악회가 시작되었음을 영면하고 계신 호국영령들과 노성산신령님께 고하고 있었다. 그렇게 호국보훈 음악회는 빗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호국 가요무대**
2부에는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한국연예인협회 염정훈선생의 진행으로 우리가 흔히 KBS 가요무대에서 자주 뵐 수 있었던 원로가수들의 무대가 올려졌다. 우리나라 가요사를 풍미했던 가수들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불러주신 박건선생을 필두로 ‘좋아요 좋아요’를 불러주신 김유정선생, 사회자인 염정훈선생이 열창하신 ‘전선야곡’과 ‘여정’, ‘와인그라스’를 감칠맛 나게 부르신 성정미선생의 무대가 이어졌고, 출연 가수들의 무대가 더해 갈수록 현충관의 열기는 뜨거워져서 어르신 유공자들과 젊은 청년장병들은 박수에 박수를 더하며 음악회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79세의 명국환선생이 특유의 리드미컬 하고 구수한 목소리로 자신의 히트곡 ‘방랑시인 김삿갓’을 불러주셨으며, 황정자선생은 ‘압록강 칠 백리’ 남백송선생은 ‘나그네설음’ 독창에 이어 ‘전화통신’을 신복순선생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모던하게 부르셨다. 이미 원숙을 넘은 연배의 원로가수들 이마에는 세월의 징표인 주름이 밭고랑처럼 또아리 틀고 앉아 있었지만 뜻 깊은 무대에서 특별한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평생 좋아하던 노래를 열창하는 가슴에는 흥도 넘치시고 행복도 여유롭고 넉넉하게 즐기시고 계신 듯 했다.

끝으로 악성 관절염의 고통을 감내하며 후배가수들의 도움을 받고 나오신 84세의 금사향선생님은 ‘홍콩아가씨’를 부르시는데, 특유의 콧소리를 바탕으로 젊은 시절과 전혀 변하지 않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얼굴은 왜 그리도 밝고 맑고 앙증맞고 천진하시던지 선생님의 건강과 연세를 잠시 잊어버렸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선생님의 심신을 악기 삼아 연주를 하는 듯 했고, 한국전쟁 당시에 병사들을 위문공연 하던 에피소드를 말씀하실 때는 그 추억에 몰입하셔서 마치 만년필에서 잉크가 흘러나오듯 줄줄줄 끊이지 않고 이어 나왔다. 밖에는 아직도 장대비가 줄기찰 텐데 공연장의 열기로 불순한 일기는 내 관심에서 잊혀진지 오래였다.

**모노드라마, 관악합주, 합창 그리고 대미**
이제 오늘의 행사도 막바지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자의 일생’이라는 주제로 장돌풍선생이 여장을 하고 나와 일인 극 모노드라마를 연기하였다. 하지만 나는 TV나 여느 공연장에서 남자가 여장을 하고 나오면 유치하게 생각되고 꼽추춤 등 사람의 장애를 주제로 하는 예술행위들을 혐오하고 멀리하는 성향이라 다소 과장된 몸짓에 다소 코믹한 연기를 애써 하시는 선생이 언짢아 관심도 박수도 건성이었었는데, 음악에 맞춰 표정과 몸짓 연기를 하던 선생이 객석으로 내려와 내 곁에 까지 왔을 때 우연히 얼굴과 목덜미에 흘러서 고인 땀방울을 목격하고 ‘아! 이분은 지금 내면과 외면을 동원하여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그때부터는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박수를 치고 그분의 몸짓 손짓을 놓칠세라 나의 시선은 초점을 정리하여 선생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다음 순서로는 작년에도 출연했던 장호원 부원고등학교 밴드부 학생들이 김기용 지도교사의 지휘아래 관악합주를 했는데, 메들리곡인 ‘Instant concert’와 아바의 히트곡 모음인 ‘ABBA Gold’,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서트 21번을 편곡한 영화 ‘엘비라’의 주제곡 'El bimbo'와 덤으로 앙코르곡을 연주하였다.

그중에 스웨덴의 남녀 혼성그룹의 히트곡 모음인 ‘ABBA Gold’는 내가 평소 애청하는 그룹의 곡들이라 더욱 귀를 기울이고 감상을 하였는데, 첫 곡은 ‘Dancing Queen’ 두 번째 곡은 ‘Mamma Mia’ 세 번째 곡은 애석하게 모르겠고, 네 번째 곡은 아마도 영화 ‘맘마미아’에서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이 007주연으로 유명한 피어스 브르스넌에게 따지듯 열창한 ‘The Winner Takes it All’인 것 같았으며, 그 네 곡 중 아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고 동제의 뮤지컬과 영화가 유명한 ‘맘마미아(Mamma Mia)’는 우리말로 바꾸면 ‘엄마야!’ 또는 ‘어머! 엄마.’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1회 때부터 출연하고 오늘의 유일한 합창단인 ‘이천시 레이디스 앙상블 합창단’이 빼어난 각각의 용모만큼이나 아름답고 멋들어진 화음으로 ‘굳세어라 금순아’ ‘나성에 가면’ ‘사랑으로’를 관객들에게 선보였으며 끝으로 군악대와 합창단 그리고 모든 진행자와 내빈, 관객이 하나가 되어 ‘6.25의 노래’와 불후의 명곡 ‘아! 대한민국’을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으니 이제 오늘의 음악회 일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epilogue**
오늘의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신 호국원장님께 “원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하고 인사와 악수를 나눈 뒤 현충관을 나섰다. 밖에는 오늘 아침을 이어서 내리던 장맛비가 이 저녁이 다 되도록 끈질기게 내리고 있었는데, 마치 아마존강 유역에 내린다는 여자비를 방불케 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일죽을 경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조용히 오늘의 행사를 되짚어본다.

이천시 불교연합회 L.M.B. Singers 등 4팀의 합창과 2팀의 관악합주와 한분의 플릇 독주로 구성되었던 작년의 1회 행사에 비해 올해는 합창, 관악합주, 모노드라마, 특히 오늘의 주요 관객인 6.25 참전용사와 베트남 파병용사들의 연배와 정서를 겨냥한 원로가수들의 가요무대가 적절 합당하였으며, 젊은 장병들의 감성도 고려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었고, 전례팀장님의 더욱 발전하여 보다 더 세련되고 매끄러운 진행 솜씨가 오늘행사의 질을 높여준 비교적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생각되어진다.

사실 오늘은 31년 전 내가 병영에서 마지막 일석점호를 받고 다음날인 25일에 예비군복장으로 대대장님께 전역신고를 했던 날이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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