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 |
작년 3/22~3/25 동안 아버님을 모시고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떠날 때 제가 있는 곳은 봄이었는데 설악산은 겨울이더군요. 봄과 겨울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당일은 딸 아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데리고 가느라 늦게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아버님을 모시러 대전을 경유하여 속초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못했던 대화를 나누다보니 장거리 운전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속초에 도착했습니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실망스러웠지만 삼척에 있는 대금굴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아들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며 좋아 하셨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면서 맑은 물소리와 봄이 오는 정취에 잠시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삼척에 맛집을 찾아 갔는데 주인 아주머님도 친절하고, 소문대로 음식도 맛있고 정감있는 곳 이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정동진에 들러 2년전 이맘 때 천안함 사고와 비슷한 함정을 보고 아버님께서는 “이렇게 큰 배가 두 동강나서 가라앉아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며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셋째 날 아침은 밖을 보니 눈이 내려 있었습니다. 지난 밤에 비가 눈으로 바뀐 모양입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검문소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군인이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하고 다가오자 아버님께서 근무하실 때 부대 마크를 보시고 한 참 후배라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한참 동안 옛 추억에 잠기는 듯 했습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북쪽 하늘을 보니 멀리 금강산 자락도 보였습니다. 통일이 되어 저 앞에 보이는 도로로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왔는데 기상이 나빠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었다 합니다. 기대를 하고 왔는데 아쉽게 눈 덮인 설악산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아바이마을로 옮겼습니다. 갯배에 몸을 싣고 도착한 아바이마을은 관광지가 되었고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속초는 참으로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1년 내내 찾아 오는가 봅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분단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버님과 대중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 주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내 아들이 등을 밀어 주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등을 밀어드릴 아버님은 더 이상 아들 곁에 없습니다. 누군가 그랬던가요. 계실 때 잘하지! 맞는 말입니다. 사후에 잘 한들 무엇하나요? 그래도 1년전을 아버님과의 마지막 여행을 보낸 것이 다행입니다. 3월이라 그 때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봅니다. 편히 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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