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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하늘나라 우체통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공개여부 공개
아버지 전 상서

아버지 전 상서

아버지  내일은 동생들이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 유택을 모신 이천 국립 호국원을 간다고 하는군요,
못난 큰 딸은 여전히 바쁘다는 핑계로 빠졌습니다.
늘 그러시듯. 아버지는 그래, 바쁜데 오지 말아라. ..그리 말씀하시겠지요. 서운함이야 지긋이 뒤로감추시고...
 아버지.
그 곳에 모시고 돌아온 열흘 남짓, 비는 왜 이리 잦고, 온 유월 날이 왜 이리 바람이 싸늘한지요.
아직은 가까이 자식들을 두고 엄마를 두고 발길을 떠나지 못하실 것만 같은 아버지신데, 행여 춥지 않으신지 비에 젖어 드시지나 않을련지...

아버지,  지금 컴퓨터앞엔 아버지 유택 사진이 떠 있습니다.
못난 딸 마음그래도 위안 받으라 하심인지요.
이리 사진으로나마 아버지 드신 작은 돌탑방 모습을 볼수 있게 하시는 군요.

그날 한 곳에 아홉 분이 함께 이웃이 되셨는데 , 그동안  가까이 친구분둘 많이 사귀셨나요?
늘 이야기 자락 잘 풀어 내리시는 아버지시니, 함께한 이웃들이  옛 이야기에 어울려 많이 친숙해 지셨겠지요.
아버지.
의정부 집에 들어서면 아직도 지긋이 건너다 보시는 시선으로 맞아 주실 것만 같은데...
어버이날 다시라고 보내드린 꽃 한송이 못 다시고 그날 겨우 깨어나신 힘없는 시선을 등뒤로 하며 차마 편히 한잠 주무세요 하는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될것만 같아, 아버지에게 인사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돌아선 그 길이 살아 생전 아버지를 뵌 마지막 이었습니다.
 아버지.
삼우제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아버지가 평소 보시던 한일 사전이 눈에 띄길레 가져와 일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 민정이에게 할아버지 유품이니 가지고 보며 공부 잘하라고  주었더랬습니다.
늦은 밤 아버지생각에 책장을 펼쳐 들었더니, 마른 꽃 한송이가 책갈피에 꽂혀있군요.
난꽃인지, 상사화 꽃잎인지 여린 분홍빛 꽃잎이 노란 수술끝을 달고 가비얇게 접혀있습니다.
지는 꽃이 안타까우셨을 테지요. 아버지 마음이 저려들어와 목이메입니다.
요즈음은 라듸오에서 흐르는 즐겨 부르시던 옛 노랫 가락에도, 아버지가 쓰신 반야심경 액자 글줄 하나에도, 자꾸만 마음이 머물거려 젖어옵니다.

아버지,
그리 목말라 하셨던 입술 한번 축여드리지 못하고, 허기지신 몸에 맛난 음식 한번 떠 넣어드리지 못하고 이제 떠나신 자리 못난 딸이 그저 제맘 편하자 하는 넋두리밖에 안되겠지요.

그래도 아버지,
이제는 그 모진 아픈 세월들, 인연의 줄들 훨훨 끓어 버리시고
부디 밝은 세상 마음껏 날아드십시요.
아파하시지도, 힘들어 하시지도,목 말라 하시지도 말구요.
아버지.
부디 편안하십시요.
밝은 깨침으로 계십시요.

내일은 , 아 이제는 오늘이 되는군요.
자식들이랑 , 손주들 모두 어루만져보시고, 여리기 짝없는 엄마 ,이제는 마음 모질게 잘 살아 나가도록 타일러도 주세요.
아버지.
초등학교 일학년  춘양 집에 계신 아버지께 대구에서 첫 편지를 드렸던 기억이 ,뜻도 모른체 큰집 오빠가 가르쳐준'아버지 전상서'로  시작 해 편지를 쓰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 이렇게 어느사이 되돌리지 못하는 시간 앞에서 아버지의 유택 사진을  앞에 두고 편지를  쓰게 되다니..  .

아버지는 그 편지를 온 동네 분들에게 보이시고 자랑하셨다지요. 큰 딸이 벌써 이렇게 편지를 썼노라고... .

아버지,
이제도 이 편지 읽으시고 옆엣 친구 분들에게 큰딸이 편질 썼노라고 그리 자랑해 주실 터 인가요.
아버지 살아 계실 날이 그리 속절없이 사윌 줄을  어이 그리 아둔히 몰랐던지요.

아버지 . 안녕히, 부디 안녕히 계셔요.
      
      이천팔년  유월  초엿새  현충일에

                      아버지의 맏 딸  미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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