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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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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이천호국원 - 하늘나라 우체통 상세보기 - 공개여부, 제목, 내용, 파일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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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강원도 근덕면 양평리 양평 국민학교 기억나? 나, 거기서 2학년 3학년 다니고 강릉으로 
누나들과 살라고 도시로 유학 보냈지, 엄마가. 그곳에서 2년은 내 어린시절의 보물창고야.

2학년 때는 내 도래가 없어 비 온 다음날 엄마가 사준 손바닥만 한 군용 지프차에 줄을 매고
온 운동장을 혼자 돌아다니며 앙증맞은 바퀴자국을 내며 외로움을 달랬어.
그리고 이 학교의 도서관이며 과학실이며 학습자재실로 쓰이는 교실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모든 물건을 장난감 삼아 놀다가 만화 삼국지를 글씨보다 그림만 봤던 기억도 새록새록 해
이런 특권이 내게 주어진 건 아마도 엄마가 그 학교 교감 선생님이어서 가능했을 거야.

엄마, 양평 국민학교가 폐교된지 오래 전인가바. 지금은 그 학교 개천 건너에 태백시에서
근덕 근처까지 삼척 - 강릉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생겼데. 나 국민학교 때는 그 개천을 
외나무다리로 건너서 흙먼지나는 길에서 어디서쯤 돌아 나오는 버스를 타고 삼척에 갔었지.

요즘은 눈만 감으면 양평국민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쓸쓸하고 행복해.
난 참 나쁜 아들놈이야. 지가 밖에 못 나간다고 엄마도 못 나가게 했으니 말이야.
엄마가 혼자서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을 타서 집에 늘 잘 왔는데 어느 날 엄마가
내가 목에 매달아준 핸드폰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집을 못 찾겠고 했지. 그 때 난
머리가 하얗게 질려서 나가 보지는 못하니까 엄마한테 화만 냈지. 그런데 엄마가
택시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죽어 있는 엄마를 달래기보다 또 화를 냈어. 하지만
속으로 엄마를 잃지 않았다는 안도로 엉엉 울었어. 그후로 엄마는 어디도 혼자는 
못 나갔지. 그래서 친구들도 아는 사람들도 친척들도 집으로 찾아와야 하는데
거의 연락이 끊겼어. 엄마는 나랑 둘만의 세상에 놓였고 엄마는 많이 외로워 보였어.

엄마, 나도 요즘 나만의 세상에 빠져 외로워. 그래서 엄마 생각이 더 나.
지금도 눈에 눈물이 맺힌다. 엄마 못 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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