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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국가보훈부(국문) - 칭찬합시다 상세보기 - 작성자, 제목, 내용, 조회수, 작성일 정보 제공
국립현충원을 다녀와서......
작성자 : 김석중 작성일 : 조회 : 2,443
어제 일요일은 제 49주년 현충일이었습니다.
어릴때 국립묘지(지금은 국립현충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근처에 살면서 참 많이도 다녔던 그곳을 어제는 가족을 동반하여 30년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꼭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어릴때 느꼈던 현충일과 불혹이 된 지금의 느낌은 얼마나 다를까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고 아이들도 이제 성인이 되었는데 호국영령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험해주고 싶었습니다. 일반시민의 자격으로 정부행사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어 가족 모두를 신청해서 이뤄진 것입니다.

국립현충원에 들어서는데 자못 긴장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파는 여전히 많아 경건한 마음을 갖기에는 너무 혼잡스러웠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차분한 마음으로 호국영령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고귀한 희생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여년 전에 걸프전에 참전했을 때가 불현듯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마 그때 후세인이 화학탄을 썼더라면 나도 여기 이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국을 위한다는 것이 막연하게만 느껴지다가도 현충원에 와보면 손에 잡히는 것....그것이 국립현충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행사가 진행되고 애국가를 부르는데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이 대목에서 갑자기 울컥거림이 밀려왔습니다. 예전에 어느 선배님이 애국가 4절만 부르면 팔에 힘이 들어가고 눈을 부릅뜨게 된다고 하더니 오늘은 내가 그 모양이 되는것 같았습니다. 순국선열들에게 묵념을 올리는데 너무도 고요한 국립현충원에 조포소리가 먼곳의 포성인양 그렇게 밀려왔습니다.
국립현충원은 호국영령들의 안식처로서 너무도 훌륭하게 가꿔져 있었고 분위기도 차분하게 경건함이 우러나오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또한 참배객들이나 일반시민들이나 성숙된 의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인파가 왔는데도 시끄러운 곳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것은 그 만큼 사회와 시민이 성숙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대통령께서 분향을 하시고 추모사를 하시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가까이에서 대통령을 봤다는 사실에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정작 추모사 내용은 아무것도 모르더군요...ㅎㅎㅎ 행사가 끝나고 현충탑에 분향을 했습니다. 앞서간 호국영령들께 감사와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현충탑 안쪽에는 위패봉안관이 있더군요......무명용사와 함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영령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묘비조차 없는 영령들께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들이 곳곳에 스며있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위패봉안소에는 여전히 눈물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묘소에는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는지 우시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의 영령들은 대전국립묘지에 안장이 되어 그럴거라 짐작해봤습니다.

국립현충원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애국지사묘역, 장군묘역, 전직대통령묘소 등을 참배하고 왔습니다. 사회일각에서 죽어서도 차별하느냐고 말한 것들을 확인했는데-묘지의 크기, 시신 안장 여부 등- 이제는 모두 평등하게 한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내 어릴때의 초등학교 소풍을 갔던 곳을 찾아볼려고 했지만 지금은 묘소로 변해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립현충원을 참으로 잘 가꿔놓았는데 시민들이 자주 찾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정치인들만 무슨 일 저질러 놓고 찾는 곳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마음의 다짐을 새롭게 하기위해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건함을 잃지 않는 범주내에서 편의시설도 갖춰야되고 현충원을 안내할 가이드도 필요하다고 생각듭니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듭니다.

30년만에 다시 찾은 국립현충원......
이름도 국립묘지에서 국립현충원으로 한단계 격상되었고-원래 조선시대 무덤은 묘소보다 한단계 위가 원이고 그 위가 왕릉인데 거기서 따온 말이 아닌가 싶다.-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된 만큼이나 시민의식도 성숙되어 혼잡하거나 고성방가 음주 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분하면서도 경건하게 호국영령들께 감사할줄 아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제는 국가보훈처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국민들의 보훈정신도 한단계 성숙되리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의 시민참여 행사 덕택에 소중한 경험을 하였으며 앞으로도 참여하는 의식을 견지할 것을 약속드리며 보훈은 말이 아닌 실천이란 것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