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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국가보훈부(국문) - 칭찬합시다 상세보기 - 작성자, 제목, 내용, 조회수, 작성일 정보 제공
눈물의 인식표와 사진 한 장
작성자 : 김석태 작성일 : 조회 : 2,123


눈물의 인식표와 사진 한 장//詩 김석태

풍상에 닳은 비목마저 없는 계곡
군번 하나 남기시고
홀연히 사라져간 님이시여.
산울림마저 되돌아온 반세기
우린 그저 잊고만 살아왔소.
이슬이 님의 눈물인줄
시퍼런 하늘이 님의 恨인줄
바람이 님의 한숨인줄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님이 쓰러진 산길을 따라
어깨동무하고 걸으며
즐거운 노래를 불렀었지.
오늘을 있게 한 님들을 잊고서...

군번도 없이 썩어진 호주머니에
한 장의 사진만 남기시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님이시여.
낙엽 쓸쓸히 흩날린 반세기
우린 까맣게 잊고만 살아왔소.
소나기가 님의 눈물인 줄
내리는 눈이 님의 맹세인줄
산그늘이 님의 슬픔인줄
내내 알아채지도 못한 채
모습 잃고 울부짖는 언덕길 따라
조잘대며 꿈을 얘기했었지.
내일을 있게 한 님들을 잊은 채....

생사조차 몰라 밤이면 밤마다
눈물의 강을 오가는 이들
따끈한 밥 이불 밑에 묻어두고
내 나이만큼이나 기다려온
백발 성성한 모정의 세월들
얼룩진 눈물 자국, 자국엔
깊고도 거친 주름만 늘었다오.

파랗게 날리는 향 연기 사이로
얼굴 없이 빛나는 인식표,
군번 없는 사진 한 장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두 손 모아 명복을 비옵나니
아직도 앳된 님이시여.
당신은 맘 눈 영원히 뜨신 분
여한일랑 우리에게 맡기시고
이제 편히 눈을 감으소서.

(2004년 6월 6일 현충일에 인식표,
또는 사진 한 장의 유족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