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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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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시민으로 참석하고......
작성자 : 김석중 작성일 : 조회 : 2,277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난생처음으로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생각하니 다소 긴장되었는데 날씨마저 비가 내리니 마음이 더욱 심란하게 되어간다.
오늘이 어떤 날인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독재에 항거한 시민혁명일이 아닌가?
영령들의 혼이 내려와 그때 그 아픔을 씻기라도 하는 듯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억수로 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니 작년 기록 사진에도 비가 내린 것 같던데......

비로인해 행사가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된다.
조금 일찍 준비를 하여 4.19국립묘지에 도착해보니 여기저기 학생들과 시민들이 눈에 보인다.
정당 대표가 일찍 헌화를 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엊그제 선거가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당의장과 낯익은 당직자들에게 악수공세를 퍼 붇는다.
생활 속에 서서히 뿌리내리는 민주주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행사 직전에는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시민석을 바라보니 여남은 명이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일부 시민들이 참석은 했으나 뒤에서 서성이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꼭 어색한 모임에 참석하러 왔다가 배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더구나 비가 내리다 보니 의자에 앉기가 다소 불편해서도 그렇겠지만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나그네인 듯한 시민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에게 기념행사에 초청한다는 공지를 본 후 새로운 발상에 대한 기대로 곧바로 4.19혁명 기념식에 참가신청을 했었다. 정부주관 행사로만 치러지던 관행을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져 내심 마음에 기대가 자못 컸다.
시민들이 참가하는 국가기념일은 어떻게 치러질까?
시민들의 참여방법이나 그들의 마음속을 파고들만한 어떤 방안은 준비되어 있을까?
직접 참여하는 시민들은 어떤 자부심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기대와 4.19혁명의 의미를 생각하며 기념식에 참가신청을 했었다.

내가 알기로는 많은 시민들이 참가신청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날씨 탓인지 시민들 모습은 그리 많이 보이질 않는다. 유족들과 국가유공자 단체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눈에 많이 띄는데 우리 시민들은 거의 오시지 못한 것 같다. 옛말에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도 있지만 시민참여라는 큰 기대와는 달리 너무 적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에 다소 아쉬움도 들었다.

오전에 직장도 빼먹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참여한 4.19혁명 기념식......
사실 어제는 아들 녀석이 고려대에서 4.19국립묘지까지 행진을 한다고 해서 나 역시 북한산을 올라 4.19국립묘지로 내려왔었다. 휴일이라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어제의 현장을 본 후 오늘 찾았는데 어제와는 너무 대조를 보인다. 날씨 탓도 있지만 휴일이 아니라서 일반 시민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일게다.

70년대에 처음 찾은 수유리 4.19국립묘지......
그때는 국립묘지도 아니었고 이렇게 근사하게 정비되지도 않았었지만 시민들이 가끔씩 찾아 혁명의 의의를 되새기곤 했었다. 지금 4.19국립묘지 기념관에 일목요연하게 그날의 사건들을 정리해서 전시해 놓았지만 그때는 선배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귀동냥으로 듣고 그 의의를 새기곤 했었다. 그때는 혈기왕성한 내 자신과 암울한 사회를 바라보며 젊은 시절의 고뇌를 토로하기도 했던 곳이다.
매년 고려대에서 학생들이 마라톤대회를 하고 행진을 하면서 교통이 통제되어야 겨우 인식했던 4.19의거일.... 그때는 혁명이라는 말은 5.16에나 붙일 수 있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4.19혁명이라고 쓰고 있으니 용어 하나에서도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지난 세월은 4.19때가 되면 학생 시위와 체류가스로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되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시민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니 참 많이도 바뀌었다.

오늘 제44주년 4.19혁명 기념일......
이 땅에 민주주의의 씨를 뿌리신 영령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그날의 함성을 듣고 싶어 찾은 4.19국립묘지...... 날씨가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다. 현장에서 4.19혁명을 되새겨 보고 영령들에게 묵념을 올렸으며 행사 후에 헌화까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내 스스로 찾아서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궂은 날씨에도 행사관계자들이 수고한 덕분에 좋은 기억과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좀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한층 노력해주시길 빕니다.

국가보훈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