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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청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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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마라톤대회 참가기(공상군경/3급/이준섭)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에 더하여 평소 어떠한 제약 때문에 가지 못하는 곳을 가게 된다면 그 감동을 몇 곱절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땅! 그리고 금강산이 지구상에 있는 그러한 장소중의 하나가 아닐까? 아니 지구상에서 가장 가기 힘든 땅이 아닐까. 특히 부모님 모두 이북 출신이라 더욱더 가고 싶었던 땅이었다. 이렇게 가기 힘든 땅을 좋아하는 운동도 하며 갈 수 있다니 나에게는 큰 행운의 기회가 아닌가? 이윽고 출발 일이다. 속초항에 도착하여 우리를 태우고 갈 설봉호에 승선하고 2박 3일간의 보금자리인 2031호에 짐을 풀고 미지의 세계를 그려보던 중 북측에 입항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갑판에 나갔는데 사실 이때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갑판 위에서 본 북측 모습은 너무 썰렁했다. 건물은 온통 회색빛, 산에는 나무가 없어 온통 붉은 흙색으로 도배되었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안 보이고 또 멀리 보이는 산에는 큰 글씨로 북측을 찬양하는 글인 듯한 문구가 써있었다. 나중에 이 산이 금강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금 그리고 또 조심하며 북측 땅을 밟으니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생존해 계시면 고향(함남 단천)까지는 못 가시더라도 이 땅을 밟으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서러웠다. 다음날은 마라톤 대회일이다. 대회장이라고 해봐야 설봉호가 정박중인 바로 옆에 위치한 해금강 호텔 앞이다. 전부 150여명 정도가 참가했는데 날씨도 맑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마라톤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가장 좋은 것은 공기가 맗다는 것이다. 마라톤할 때 차량의 배기가스 냄새와 혼탁한 공기는 늘 문제가 되었지만 오늘 만큼은 최상의 조건이었다. 나는 이날 시각 장애인 마라톤클럽에서 오신 윤주상 회장님을 페이스메이커 하기로 하여 이분과 연결된 50㎝정도 되는 끈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하자마자 멀리 고성읍이 보이고 그 뒤로는 금강산과 정상인 비로봉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왕복 2차선인 금강산 관광 도로(그들은 통일로라고 부른다)에 들어섰는데 현대에서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북측에서는 인력을 동원하여 건설된 도로라고 한다. 양쪽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우측에는 동해북부선이 보였다. 이 선은 현재 16㎞ 정도 끊겨 있는데 이 선로만 복구하면 청량리에서 금강산까지 육로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 도로를 약 5㎞정도 달려 하프와 10㎞가 갈라지는 초소에 이르니 가까이 "금강산 샘물 공장"이 보이고 하프 코스인 좌측으로 달리니 이때부터는 삼일포(예전에 어느 왕이 이곳에 와서 하루를 쉬려 했는데 경관이 수려하여 3일을 머물러 삼일포라 함)로 가는 중앙선이 없는 군사도로다. 왼쪽에는 온정리라는 동네가 보이는데 우리의 50∼60년대를 보는 것과 같다. 집집마다 땔감 나무를 쌓아 놓았고 주민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여자는 한결같이 털실(?)로 짠 목도리를 하였고 남자들은 검은색 계통의 잠바와 바지를 입었다. 마을의 뚝방에서는 두명의 어린아이들이 목만 내놓고 숨어서 우리를 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군데 군데있는 초소와 도로의 입구에는 초병들이 1∼2명씩 꼭 서있는데 이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동일하였다. 산이나 들이나 전투적인 구호를 적은 문구는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반환점인 봉화리 검문소에 다다르니 현대 직원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곳은 특히 자전거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금강산 지역은 북한에서는 최전방이고 버스통행도 그리 많지않아 자전거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값진 사유재산이라며 각 자전거 앞 부분에는 조그맣게 자전거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 면허증도 있다고 한다. 마라톤은 정직한 스포츠다. 단순한 것 같지만 한걸음 한걸음 결승점을 향해 달릴 때마다 그만큼 목표는 가까워진다. 여유있게 손을 흔들며 골인하니 2시간 2부. 목표 시간대로 골인하였으니 일단은 성공이다. 윤회장님과 완주 축하 악수하고 다음 대회에 같이 가게 되면 또 페이스 메이커 할 것을 약속했다. 완주후 완주 기념품인 메달을 받고 동호인들과의 기념촬영 그리고 이어진 금강산 온천에서의 온천욕은 우리의 피로를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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